히로시마 이후 20년만의 금메달로 국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중국과의 격차가 너무 커서 손쉬운 승리가 연출되어 싱거운 면도 있었다. 그래서 승리직후 선수들이 한명도 안울었나 보다.

물론 홈그라운드 이점. 김연경 및 선수들의 월등한 기량, 세계선수권대회 일정 중복에 의한 일본과 중국의 2진 출전 등 여러가지 호재가 금메달을 안겨주었지만 그 각종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한 이선구 감독의 지략이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일단 성향자체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플레이에 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동안 역대 국대감독들을 보면 다혈질에 버럭하는 성격이 많은데 현대배구에서는 이런 전근대식 지도방식은 맞지 않는다. 그에 반해 이선구 감독의 작전타임시 지도 성향을 보면 항상 침착하고 고요하게 포인트를 명확하게 짚어주는 스타일이어서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감정을 안정화시키고 창의적인 경기를 풀어나가도록 이끌었다.

 그렇다해도 진지하고 노력해야 하는 분위기상 버럭이 아주 없어서는 안될 일. 때로는 따끔하게 질책하고 때로는 화끈하게 격려하는 지도자도 분명 필요하다. 직접 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그 역할은 아마도 김연경 주장이 맡지 않았을까. 슬램덩크로 따지자면 안감독과 채치수 주장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이용하는 용병술이 바로 예술이었다.

 그 진가는 예선에서부터 발휘되었다. 일단 처음의 인도전에서는 전력차가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을 일찌기 판단한 이감독이 1세트 초반부터 김연경,한송이 등 주전을 싸그리 빼버리고 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2세트(? 기억이 확실치 않습니다?)에서는 주전세터인 이효희마저 빼버리고 고3 세터 이다영을 넣는 특이한 작전을 시행했다. 물론 약체인 상대를 기회삼아서 후보선수들의 경험을 길러주고 주전선수들의 부상과 체력을 관리한다는 점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기존의 감독들은 주전선수들의 경기운영감각이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주전을 빼지 않는 것이 관례인 걸 감안하면 이선구감독의 이와 같은 결정은 의외였다. 어쨋거나 벤치멤버들의 분발로 인도를 3-0으로 쉽게 함락시켰다.

 다음 시합 상대인 태국은 역시 강적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않은 태국도 완전한 1진 대표팀이었으므로 예상대로 비교적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시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전반적으로 주전선수들이 기용되었고 결과는 또 승리.

 문제는 그다음 일본전인데 이감독의 강심장적인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시합이었다. 아무리 2진이지만 그래도 피브브(FIVB)랭킹 3위의 일본인지라 태국전처럼 주전선수를 마지막까지 기용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일단 2세트까지는 주전 위주였고 3세트 초반도 김연경을 비롯한 주포들 위주로 가다가 3세트 후반으로 가자 일본팀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다. 19점인가 20점인가에 도달했을 때 거의 10점 차이었다.

 이렇게 되면 보통의 감독이라면 '그냥 김연경 이용해서 빨리 끝내고 부담없이 쉬자'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2세트 후반 잘하고 있던 이효희 세터를 교체하고 파격적으로 고3 이다영 세터를 코트에 세웠다. 아직까지 국제 경험이 미숙한 이다영세터인지라 공격수들과의 호흡과 세트플레이가 잘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다영 세터 개인도 익숙하지 않지만 이효희 세터 중심의 플레이에 익숙한 공격수들도 이다영의 토스에 적응이 안되었으므로 역시나 토스미스와 판단미스가 자주 나왔고 어택 타이밍이 어긋났으며 일본에게 연속으로 실점을 하여서 자칫하면 거의 다 이겨놓은 세트를 질 수도 있는 , 아주 스릴있는 시합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 시합 하나 (사실 하나도 아니고 막판 10분 정도의 시간인데) 진행하는 동안 이다영의 기량이 엄청나게 향상되는 것이 비전문가인 관객들의 눈에도 보였다. 마치 스포츠 만화주인공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나게 성장하는 듯한 광경이었고 점점 감각을 찾아간 이다영 세터의 주도 아래 어쨋거나 세트승리를 가져왔다.

 다음은 홍콩과의 8강전, 말이 8강이지 홍콩의 전력은 인도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애시당초 주전 다빠지고 2세트부터는 이다영세터 체제로 임한 한국팀 . 인도전과 일본전에서 감각을 익힌 이다영세터와 공격수들은 홍콩전에서 매우 안정된 호흡을 보이며 낙승을 거두었다. 아시아배구의 수준이 아직까지는 일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시합이었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4강에서 다시 만난 일본. 여기서는 정말로 탁월한 작전을 선보였는데 이효희 세터 체제로 1세트를 손쉽게 얻었고, 2세트 초반에도 우세했으나 중간에 동점까지 따라잡히는 위기가 왔다. 이 때 전격적으로 이다영 세터를 투입했다.

이효희세터가 잘 못한 것은 아니나 일본팀이 슬슬 이효희 세트플레이에 적응이 될 때 쯤  플레이성향이 다른 이다영을 이용함으로써 일본 수비 체계의 혼돈을 적용시키는 전략이엇고 한국은 위기를 아주 잘 관리하여 2세트도 승리.  3세트도 마찬가지 패턴이엇다. 전반부 이효희, 후반부 이다영으로 교체하고 김연경을 또 빼고 하면서 승리.

 준결승 승리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선구감독은 [몰빵배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켜 웃음을 자아냇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이 웃긴 것이 아니라 실로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단어가 아닌가!

결승전에서 그 의미가 많이 밝혀졌다. 좁은 의미로는 김연경선수에게 토스를 집중하여 김연경 위주의 공격을 한다는 의미이고, 넓은 의미로는 김연경의 역량을 결승전에 많이 집중을 한다는 의미였으니. 예선과 8강, 4강을 거치며 틈만 나면 김연경을 벤치에서 쉬게하여 아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이다영 세터를 비롯하여 후보선수들을 예선전부터 준결승까지 자주 기용했던 이유도 바로 결승전에서 써먹기 위함이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경기였다. 준결승과 비슷한 패턴으로 시합이 진행되었는데 1세트를 낙승한 뒤 2세트도 따냈으나 3세트 초반에 갑자기 6-0인가 7-0까지 허용하며 최대의 위가가 찾아왔다. 그러자 다시 전격적으로 이효희 세터를 빼고 이다영 세터를 투입하기에 이른다. 금메달이 걸려있는 결승 마지막세트에 고3 신인을 넣는 것은 정말 정신이 약간 이상한 감독이 아니라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의도를 공감할 수 있었다. 결승전에 써먹기 위해서 이다영을 그렇게 실전훈련을 시켯다는 것을. 이다영이 등판되자마자 한국팀은 무섭게 추격을 해 올라간다. 그동안 연습이 많이 된 이다영 세터의 여유롭고 정확한 플레이, 공격수들과의 안정적인 호흡, 이효희 플레이에 익숙해져서 이다영의 플레이 스타일에 당황한 중국수비진, 이전 경기들에서 체력 안배에 성공한 김연경의 컨디션 등의 요인들이 어우러져서 이선구 감독의 "몰빵 배구"가 비로소 완성되는 현장이었다.

 이다영세터는 김희진과의 우측 이동속공의 앙상블을 여러번 성공시키는 등  기존 이효희 세터의 패턴플레이도 소화를 해내었을 뿐 아니라, 장신을 이용한 블로킹 적극 가담, 왼손잡이로서 토스페인트 기습 등 본인 고유의 특성을 활용하는 데에도 탁월한 진면목을 발휘했다.

 한세트도 허용하지 않고 이번 금메달을 거머쥔 원동력이 된 이선구 감독의 몰빵배구. 앞으로 한국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침서가 아닐까

 

* 2라운드 개막

* 각조 (8팀) 중 3위까지 3라운드 진출

* DOM-BEL 3-2, CRO-JPN 3-2, SRB-NED 3-0, TUR-USA 1-3
* GER-CHN 0-3, BRA-KAZ 3-0; BUL-RUS 1-3; ITA-AZE 3-1

 

이하 내용에 표시된 시각은 현지시각임 (GM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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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0 2라운드 개막 직후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22:17 이탈리아는 아제르바이젠을 3-1로 격파. 하지만 승점 1점차이로 중국이 여전히 그룹리더

22:01 러시아가 최소의 데미지를 입고 불가리아를 격파,

21:56 중국이 독일을 3:0으로 격파.E조의 선두를 유지햇다.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배구 위주로 방송합니다.

9월30일 중국 태국 준결승 및 한국 일본 준결승 생중계 예정

30, Sep / Semifinal China vs Thailand / Korea vs Japan / Live streaming is schedu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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